악마와 사이먼 프래그- 아더 포지스

악마와 사이먼 프래그 Devil and Simon Flagg


아더 포지스 Arthur Porges


케케묵은 서적을 뒤적거리며 몇달 동안이나 연구와 조사를 거듭한 끝에, 사이먼 프래그는 악마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서, 그는 중세학(中世學) 학자인 아내에게 힘입는 바 컸었다. 사이먼은 일개 수학자였기 때문에 어려운 라틴어 문장을 거의 읽을 수 없었고 특히 10세기의 악마학에 나오는 문장은 통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므로 아내에게 그런 문장을 해독할 재능이 있었음은 지극히 다행한 일이었다.

처음, 몇마디 말을 주고 받은 다음, 사이먼과 악마는 정색을 하고 거래를 시작하였다. 

악마는 기색이 좋지 못했다. 악마의 상투수단인 속임수를 재빨리 알아채고 핀잔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내 제안을 들어주게나."
마침내 사이먼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건 절대로 엉터리가 아닐세."
악마는 한손으로 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흡사 인간이 장난삼아 열쇠를 만지작거리는 것과도 같았다. 

자존심이 꺾였기 때문에 골이 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하세. 뭔지 말해 보게."

악마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난 질문할 게 있어."
사이먼이 그렇게 말하자 악마는 금새 반색을 했다.

"24시간 내로 대답해 주게. 만약 대답할 수 없다면 내게 10만 달러를 줘야 하네. 자네 처지로 봐서는 과히 비싼 금액도 아닐 테지. 

몇억 달러도 아니고 범가죽을 걸친 트로이의 헬렌도 아니니 말야.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내가 이겼다고 해서 자네를 곯리진 않겠네."

"흥, 그럼 자네는 뭘 걸 텐가?"
"만약 내가 진다면 언제라도 좋으니 일정한 기간 동안 자네 노예가 되겠네. 고문을 당하거나 넋까지 빼앗기는 건 싫어. 

기껏 10만 달러를 탐내다가 그런 변까지 당할 수야 있나. 그리고 친척이나 친구들한테까지 폐가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네."

그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덧붙여 말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악마는 시무룩한 얼굴로 끝이 포오크처럼 갈라진 꼬리를 연방 당기고 있었다. 그러다가는 너무 세게 당겨서 아팠던지 이맛살을 찌푸리며 꼬리를 놓아 버렸다.

"미안하네만,"
악마는 쌀쌀하게 말했다.
"나는 영혼만을 취급하고 있어. 단기간 노예를 받아들일 수는 없겠네. 내가 인간들로부터 얼마나 헌신적인 봉사를 받고 있는지 자네가 안다면 아마 놀랄 걸세. 내 조건을 말한다면, 일정한 시간 동안에 자네 질문에 대답을 못할 경우 데데하게 10만 달러 정도가 아니라 얼마든지 돈을 주겠네.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건강과 행복을 보장해 주지. 만약 대답할 수 없다면, 뭐 결과는 말하나마나야. 나로서는 이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네."

그는 공중에서 불이 붙은 여송연을 꺼내 물고 피우면서 생각에 잠겼다.
사이먼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나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 악마와 하는 계약이 어떤 것인지 그는 알고도 남았다. 

이윽고 그는 이를 악물었다. 좋다. 내 넋을 걸자. 인간이나, 짐승이나, 비록 악마라 할지라도 24시간 이내에 이 질문의 해답을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건강과 행복의 조건에 아내도 한몫 넣어 준다면 자네 요구대로 하겠네."
악마는 고개를 끄덕열다. 그리고는 여송연을 손에 들고 씁쓸한 듯이 바라보더니, 손톱이 길죽하게 자란 손가락으로 만지니까 여송연은 금새 큼직한 핑크색 과자로 변했다. 그는 과자를 쭈걱쭈걱 씹으면서 말했다.

"자네 질문에는 대답이 있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로 돌아가네. 중세 인간들은 수수께끼를 좋아했어. 내게도 역설(逆說)을 가지고 온 작자가 몇몇 있었거든. 이를테면, 어느 마을에 이발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제손으로 수염을 깎지 않는 모든 사람의 수염만 깎아 주었다. 그러면 역시 제손으로 수염을 깎지 않는 그 이발사의 수염은 누가 깎았는가, 이렇게 질문을 했단 말일세.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 러셀이 말했듯이 이 '모든'이란 말이 그러한 질문을 무의미하고 해답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
네."

"내 질문은 역설이 아닐세."
사이먼은 보증을 했다.
"좋아, 그럼 질문에 대답함세. 자네는 뭣이 좋아서 싱글거리는가?"

"아니, 별로."
사이먼은 정색을 했다.
"꽤 배짱이 좋은데."
악마는 공중에서 양피지를 꺼내 들고 우울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고릴라의 얼굴에다가 인간들이 베느시안크리이프라고 부르는 동물의 몸뚱이를 하고 나타난다면, 그래도 자네는 태연할 수 있겠나."

"그런 짓을 할 필요는 없네."
사이먼은 얼른 말을 가로챘다. 그는 계약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계약서에 잘못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나이프를 꺼냈다.

"잠깐 기다려. 내가 소독을 해 주지. 자네한테 균이 옮아가면 안되니까."
그는 나이프에 입술을 대고 슬쩍 훑었다. 그러자 나이프가 새빨개졌다.

"됐어. 자, 칼 끝에 잉크 대신 피를 묻히면 되네. 그 서류 끝에서 둘째 줄에 싸인을 해 주게. 끝줄에는 내가 싸인을 해야 하니까."

사이먼은 새빨간 나이프를 들고 잠시 망설였다.
"서명을 하게."
악마는 으쓱대며 재촉을 한다. 사이먼은 시키는 대로 했다. 

악마는 자기도 끝줄에 싸인을 하고 나서 두 손을 비비며 이젠 사이먼이 수중에 들어왔다는 듯 좋아 못견디는 빛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럼 어디 질문을 들어 보세. 내가 대답할 수 있다면 곧 다음 일을 해 치워야지. 난 오늘 밤에 다른 사람과도 약속이 있다네."

"좋아."
사이먼은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입을 열었다.
"내 질문은 이런 거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定理)는 옳은가?"

악마는 저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았다.
"최후의 뭐라구? 누구의?"
악마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물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건 수학의 명젠데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페르마가 증명했다고들 하네. 하지만 그는 증명을 남겨놓지 않았어. 그러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이 정리가 과연 옳은 건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고 있네."

사이먼은 악마의 표정을 살피더니 입술을 가볍게 실룩였다.
"자 그게 문제야. 해 보게."
"수학인가!"

악마는 무서운 듯 소리질렀다.
"내가 그런 걸 배울 시간이 있은 줄 아나. 나는 3학(문법, 논리학, 수사학)이라든가 4학(산수, 기하, 천문, 음악)을 배운 적은 있지 하지만 대수에 대해선 통......"

그리고는 원망스런 투로 덧붙여 말했다.
"그건 도대체 어떤 질문인가?"

사이먼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얼굴로 악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두 눈은 빛났다.
"자네는 7만 5천마일을 날아가서 큼직한 볼더 댐을 날라오는 편이 더 좋겠지."

그는 악마를 놀려주면서,
"자네로서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문제가 훨씬 손쉬울 걸세. 그러나 대단히 미안하네마는 이 문제라야 하겠어. 뭐, 간단할 거야."

그는 조용하게 말했다.
"단순히 정(正)의 정수의 문제니까."
"정의 정수란 뭔가? 아니 정수란 게 도대체 뭔가?"

"좀 더 조리있게 말한다면,"
사이먼은 악마의 질문을 무시하고 말을 했다.
"Xn + Yn = Zn 이라는 등식에 있어서 n이 2보다 큰 정의 정수일 경우, 이 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페르마의 정리야."

"그럼, 그......"
"대답은 자네가 말해야지."
"판정은 누가 해, 자넨가?"
"아니, 내겐 그럴 자격이 없을 거야. 몇년 동안이나 이 문제를 연구해 왔지만...... 자네가 답을 가져오거든 일류 수학잡지에 발표를 하지. 그러면 학자들이 판정을 내려줄 걸세. 자네는 꼬리를 슬쩍 감추면 안돼. 이 문제에는 확실히 답이 있네. 정리가 옳으냐, 옳지 않으냐 하는 것이니까 답이 몇개나 나올 엉터리 논리는 아닐세. 가부간을 결정해서 24시간 이내로 증명을 해 보여 주게. 

어떤 사람이든지, 미안한 말이지만 설사 악마라 해도 자네만치 지성과 경험이 있다면 그 사이에 다소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을 거야."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닐 때 유클리드 기하학에 골머리를 앓던 생각이 나는군."
악마는 구슬프게 중얼거렸다.

"내 증명은 번번히 틀리고 말았댔어. 그렇지만 문제는 뻔하거든. 그림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문제를 풀지 못했단 말야."
악마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어디 해 보자. 지금까지 이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해낸 적이 있었으니까. 언젠가는 멀리 별나라에 가서 1쿼트의 뉴트로늄을 가져왔지. 그것도 불과 16......"
"나도 알고 있네."

사이먼이 말을 가로챘다.
"자네는 속임수를 잘 쓰니까."
"속임수라니 어림도 없지."
악마는 버럭 화내며 되쏘아붙였다.

"무척 힘드는 일이었어. 하여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난 이제부터 도서관에 가겠네. 내일 이맘때 쯤은......"
사이먼은 잘못을 고쳐 주었다.

"싸인을 한 것은 30분 전의 일일세. 정확하게 말해서 23.5시간 지나거든 다시 나타나게. 재촉하는 건 아닐세마는."
악마는 겁에 질린 듯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사이먼은 비꼬아댔다.

"한잔 하세. 그리고 집사람과도 인사를 하게나."
"아니, 난 근무 중엔 술을 안먹기로 했네. 게다가 바빠서 부인에게 인사드릴 틈도 없겠네. 그럼..."

악마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사이먼의 아내가 들어왔다.
"문 밖에서 엿듣고 있었군."
사이먼은 나무라면서도 노한 빛은 없었다.
"아무렴요."

아내는 나직히 대답했다.
"그렇지만 여보, 그 질문이 정말 어렵수? 혹 쉬운 거라면 난 걱정이 돼 못견디겠어요."
"괜찮아, 어려운 거니까."
사이먼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대개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질 않지. 이것 봐요."
그의 말투는 절로 강의조가 되었다.

"각 수의 제곱을 더하면 어떤 수의 제곱과 같아지는 두 개의 수를 누구든지 발견할 수가 있어. 이를테면 32 + 42 = 52, 즉 9 + 16 = 25와 같이 말이오. 알겠소?"
"그렇군요."
아내는 남편의 넥타이를 바로잡아 주었다.

"하지만 어떤 입방체와 같은 양(量)의 두 입방체를 구한다든가 더 고차적(高次的)인 것을 구하려 들면, 그건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단 말이야. 더구나......"

그는 연극조로 결론을 말했다.
"그와 같은 한쌍의 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은 여태 없었어. 알아듣겠소?"
"물론이죠."

사이먼의 아내는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라도 이해를 했다. 모른다고 했다가는 몇 번이나 설명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못 하기 마련인 것이다.
"커피를 가져오겠어요."

네시간 후, 사이먼 부부가 브라암스의 제 3 교향곡을 듣고 있으려니까 악마가 나타났다.
"나는 벌써 대수와 삼각법과 평면기하학의 기초를 마스터했어."

악마는 으쓱대며 말했다. 사이먼도 칭찬해 주었다.
"꽤 빠른데. 자네 같으면 구면(球面)기하나 해석기하, 투영(投影)기하, 작도법, 그리고 비(非)유클리드 기하도 문제가 아닐 걸세."

악마는 멈칫하면서 가는 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렇게 많은가?"
"그런 건 일부분에 지나지 않네."

사이먼은 반가운 소식을 전하러 온 사람을 대하듯 싱글거리며 말했다.
"자네는 비유클리드 기하가 취미에 맞을 거야."

그는 위선적인 태도로 말했다.
"그건 도형때문에 머리를 썩일 일이 없으니까 말일세.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어. 더구나 자네는 유클리드를 싫어한댔으니 말야."

한마디 신음소리를 남기고 악마는 닳아빠진 영화의 화면처럼 사라져 버렸다. 사이먼의 아내는 킥킥거리며 노래하듯 말했다.
"아마 당신은 무척 힘드는 부탁을 했나 보군요."

"쉿, 마지막 악장이 시작됐어."
여섯시간 후 연기와 함께 섬광이 비치더니 악마가 나타났다. 그의 눈이 우묵해진 것을 보고 사이먼은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악마는 침울하면서도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제 기하를 완전히 마쳤어. 어디 자네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볼까 하는데."
사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서두르는 것 같군. 자네는 아마 적분과 미분방적식, 그리고 정미분(定微分)을 빠뜨린 모양일세. 그리고 또......"
"아아니, 그걸 다 해야 하나?"

악마는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의자에 털썩 앉아서 하품을 깨물며 눈을 비볐다. 사이먼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뭐라고 말핫 수는 없네. 하지만 인간들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갖가지 수학을 다 사용해 봤지. 그래도 풀지 못했단 말이야. 충고삼아 말해 두지만......"

악마는 사이먼의 충고를 들을 정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앉은 채로 보기싫게 사라져 버렸다.
"가엾게도, 무척 피곤한가봐."
프래그 부인이 말했다. 그러나 조금도 동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 역시 피곤한데. 그만 잡시다. 그녀석도 내일까지는 안올 테니까."
"그렇지만 난 까만 레이스를 걸치고 잘래요."

다음날 오후, 어쩐지 바하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 둘은 란도우스카를 틀고 있었다. 사이먼은,
"10분이 남았군. 그때까지 나타나지만 않는면 우리가 이긴 거야. 하지만 칭찬을 해 줘야겠는데. 그녀석은 단 하루만에 우리 대학의 학위를 딸 수가 있어. 더구나 우등으로. 그러나..."

쉬이소리가 나더니 유황냄새와 함께 장미색 구름이 일고 그 사이로 악마가 나타났다. 괴상한 냄새가 들이친다. 악마는 눈에 핏대가 서고 어깨가 축 처져서 맥풀린 사람같았다. 

손톱이 송곳같은 손에 종이조각을 움켜쥐고 피곤한지 골이 났는지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입을 다문 채 사나우면서도 위엄있는 태도로 종이조각을 방바닥에 동당이치고 발로 짓밟았다. 이윽고 차츰 긴장이 풀리자 입가에 쓴 미소가 떠올랐다.
"사이먼, 자네가 이겼네."

악마는 나직히 말하면서 존경이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도 어려운 문제를 풀만치 수학을 공부할 수는 없었네. 하면 할수록 모르겠더군. 논유니크 인자(因子), 죄다 관념의 문제야. 하지만 자네는 아마 상상도 못할 걸세. 자네들보다 훨씬 진보한 다른천체의, 가장 뛰어난 수학자조차도 이 문제를 풀 수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토성에는 버섯같이 생겨먹은 녀석이 있는데 그는 미분방정식 따위를 암산으로 풀면서도 이 문제에만은 손을 드는 거야."

악마는 한숨을 쉬었다.
"잘들 있게."
그는 맥없이 사라졌다.

사이먼은 아내를 껴안고 맹렬히 키스했다. 잠시 후 아내는 안긴 채 고개를 들었다.
"여보, 왜 그러우?"
아내는 입을 뾰죽히 내밀고 멍한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냐. 그저, 그녀석이 한 걸 보고 싶었어.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 알았으면.내가 그 문제와 씨름한지 벌써......"

그때 난데없이 악마가 되돌아왔기 때문에 사이먼은 놀라서 아내를 떠밀었다. 악마는 투덜거렸다.
"깜박 잊었었는데, 내게 필요한 건.....

악마는 웅크리고 앉아서 종이를 주워 모으고 조심스럽게 구김살을 폈다. 
그리고 사이먼의 시선을 피하듯 돌아앉으며 말했다.
"아마 자네가 좋아할 것 같은데, 난 여기서 그만둘 수가 없겠어. 대수롭잖은 명제를 증명할 수면 있다면......"

그는 사이먼이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듣고 있음을 깨닫자 힘없이 중얼거렸다.
"여보게, 자네도 아마 이 문제를 해 봤을 테지. 연분수(連分數)를 한 적이 있는가? 페르마는 아마 이걸 사용했을 거야. 아, 잠깐 자리를 비켜 주시지요."

마지막 말은 프래그 부인을 보고 한 것이었다. 그는 꼬리를 깔고 사이먼 곁에 앉아서 종이조각에 빽빽하게 써넣은 기호를 가리켰다.
프래그 부인은 한숨을 지었다. 

갑자기 악마는 눈에 익은 모습으로 변했다. 즉, 남편과 같은 대학에 있는 애트긴스 교수처럼 보였다. 골치아픈 문제에 두 수학자가 덤비는 날엔......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부인은 단념을 하고 커피잔을 들고 방을 나갔다. 오래도록 계속된 생활이다. 부인은 이미 각오한 바였다. 자기는 대학 교수의 아내가 아니냐.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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